타카시 이시자키 "원더풀맨: 더듬거리는 형태, 수다스런 질감"
미츠노리 기무라(Mitsunori Kimura)의 나무 조각 “남자를 보고 있는 고양이 (The cat is gazing at the man, 2015)”는 그의 작업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대체로 작품들은 조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지도록 전시장 벽에 걸린다. 두말할 것 없이, 조각대는 조각 작품을 전시할 때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지만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작품의 구도를 조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즉, 그는 작품과 감상자 사이의 관계를 알맞게 수립하기 위해 각 작품들이 보여지는 시점을 결정하고, 그 효과적인 방법으로 바닥과 벽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작품들에서 일부 형태는 생략된다. 따라서 그것은 감상자에게 중요한 부분이 잘 드러나도록 작품을 360도로 볼 수 있게 전시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개념과도 대치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착시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거칠게 깎이고, 형태가 사실적인 재현과는 멀어진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미완성으로 비칠 수 있다.
“잠자고 있는 아이 (The offspring are sleeping, 2013)”은 조각에 대한 그의 신념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예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먼저 재료의 강렬한 질감 표현에 붙들리게 된다. 그는 오일 물감을 나무 판 위에 덩어리 채 부어 잠자는 아이의 형태로 빚고,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물감으로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것은 그리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하는 번거로운 일이다. 또한 물감으로 입체 조각을 만드는 행위는 일탈이자, 우리로 하여금 미술의 전형으로서 회화와 조각 간의 우열에 대한 역사적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일반적은 조형 기법(modeling technique)은 매체의 성질에 따라 브론즈 등의 다른 매체로 본 뜨거나, 도자기로 구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무라는 둘 다 쓰지 않는다. 형태로 만들어진 재료의 표면은 여전히 지속될 뿐 아니라 작품을 매우 특별하면서도 기묘한 것으로 만든다. 비록 조각에 있어서 조각(carving)와 모델링(modeling)이 기법적으로나 전통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해도, 우리가 만약 기무라 조각의 방법론을 검토하려면 그 차이점에 관한 논의뿐 아니라, 기법들 간의 공통점도 인식해야 한다. 그의 매체를 보면, 모두 나무를 조각하고 유화 물감으로 채색하거나, 유화물감 모델링 한 후 나무 판 위에 전시한다. 그런 점에서 나무와 유화 물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작가적 관점으로 작품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dimensional prints”로 일컫는 드로잉 작업들에 쓰인 티슈 역시 나무에서 비롯된 산물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그의 작업에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은 마무리 과정에서 재료의 표면을 매우 주의 깊게 다룬다는 점이다. “뒤를 향하고 있는 원숭이들”의 경우 작가는 원숭이의 털을 표현하기 위해 기계톱으로 깎아 형태를 만든 나무조각을 적용했다. 끈적한 유화 물감으로는 섬세한 개의 털에 알맞도록 물감이 팔레트 나이프나 붓과 분리되는 순간을 이용해 형태를 만든다. 그러나 그 질감은 실제 동물들의 사실적인 표현을 위한 게 아니다. 이는 재현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화 물감과 나무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된다. 비록 그의 동물들이 귀엽게 보이더라도, 강한 질감은 역설적으로 작가의 비판적 태도를 전달한다. 유화 물감 조각에서 나무 판 위의 물감 얼룩은 마치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처럼 보인다. 때문에 그런 질감에 대한 집착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수반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의 나무 작업에는 모호한 형상들이 있고, 이런 류의 합성(심지어 추상적 작업으로 묘사될 수도 있는)은 유화 물감 조각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떠올리자면, 자연스레 그가 작업해온 드로잉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의 드로잉에서 형태를 붙들고 있는 때때로 순수하거나 유머러스 해 보이는 어떤 거친 감각은 분명하게 나무 및 유화 물감 조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로잉은 오늘날 미술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으며, 더 이상 회화의 습작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드로잉의 매력은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있다. 게다가 이는 기무라의 조각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작품 “고양이의 걷는 패턴”에서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세 개의 다리를 만들어 마치 각각의 다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이는 미래주의 화가 자코모 발라Giocomo Balla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그의 작품은 작업동기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결과이다. 동물들에 대한 영감에서 시작된 작품은 해부학적 정확성에 의해 파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뭔가 심오한 것으로 변환시켰다. 사실, 기무라의 조각은 입체적 매체에 의한 드로잉으로 설명될 수 있다. 비록 그런 영감들이 대부분 그의 작업에서 동물로 표현되고 있더라도, 그들은 더도 덜도 아닌 존재의 예들이다. 달리 말하자면, 기무라의 작업은 거장 조각가들이 역사 안에서 수행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조각가들이 그들의 숙련된 기술에 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무라의 눈에 띄는 깎고, 조형한 작업은 반역학적인 것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는 작가의 주목할만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부조(relief)’ 연작들은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점에 따라 조각에서의 평면성(2D)과 입체성(3D) 간의 차이를 실험해온 그에게 있어 아마도 ‘부조’는 궁극적인 귀결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묘한 매력의 유사 드로잉 형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것은 지나친 기법의 강조에 의한 사실 조각도, 신념 없는 추상 조각도 아니다.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무라의 작품은 매체의 놀라운 잠재력과 존재에 관한 깊은 깨달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글. 타카시 이시자키
아이치현 미술관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